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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영화 리뷰

《지금 우리 학교는》 – 보통 소녀의 생존기, 연대의 윤리를 말하다

by 오늘은 뭐볼까? 2025.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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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금 우리 학교는》이 그리는 평범함 속의 강하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단지 좀비 드라마가 아니다. 무너지는 세상 속, 평범한 소녀가 보여준 연대와 윤리의 힘을 되짚어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흔히 '한국형 좀비물'로 소개된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짜 힘은 단순한 좀비 액션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보통 아이들'의 이야기에 있다. 특히, 주인공 남온조는 ‘강한 주인공’도, ‘리더형 캐릭터’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끝까지 살아남고, 함께하려는 선택을 한다.

2. 남온조는 특별하지 않다. 그래서 특별하다

남온조(박지후 분)는 처음부터 눈에 띄는 캐릭터가 아니다. 운동신경이 뛰어나지도 않고, 리더십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위기의 순간마다 타인을 향해 손을 내밀고, 무너지지 않으려 버틴다. 그녀의 생존은 힘으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 사람을 놓지 않으려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금 우리 학교는》은 지금까지의 액션 중심 좀비물과는 결을 달리한다.

3. 좀비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인간

위기 상황이 길어질수록 드러나는 것은 좀비보다 인간의 이기심과 무책임함이다. 학생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어른들은 구조를 망설인다. 드라마는 이를 통해 질문한다.

“우리는 생존 앞에서, 어떤 윤리를 지킬 수 있을까?”

 

사실상 어른 없이 버려진 10대들의 세계에서, 생존은 선택의 연속이다. 남온조는 늘 무리를 벗어나지 않으려 하고, 친구의 죽음 앞에서 눈을 감지 않는다. 그녀의 선택은 감정적이지만 동시에 윤리적이다.

4. 연대는 가능할까? – 남온조가 보여준 답

위기 속에서 연대는 이상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남온조는 그 불가능에 가까운 것을 시도한다. 누군가를 끌어안고, 때로는 돌아가고, 울면서도 손을 놓지 않는다. 그녀의 연대는 대단한 영웅적 행동이 아니다. 그저 함께였던 사람들과 끝까지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 《지금 우리 학교는》은 그 감정을 ‘강함’이라 부른다.

5. 생존기 속 여성 서사,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다

이전 포스팅에서 살펴본 《더 글로리》의 문동은, 《마이 네임》의 윤지우가 ‘분노’와 ‘폭력’을 통해 자기 서사를 쌓았다면, 남온조는 평범함, 그리고 연대라는 느린 길을 택한다. 그녀는 누구를 때리지 않고도 살아남는다. 이것은 한국 여성 서사에서 보기 드문 방식이다. “소리 지르지 않고도, 사람은 흔들 수 있다.” 남온조는 그걸 보여준다.

6. 마무리하며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라는 극단적인 설정을 통해 10대의 윤리, 생존의 방식, 여성의 존재감을 차분하게 그려낸다. 남온조는 더럽혀지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인간으로 남는다. “영웅이 아니어도 괜찮아. 내가 지킬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말 한마디가 이 드라마가 남긴 가장 큰 메시지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마스크걸》의 또 다른 인물, ‘김춘애’ 시점에서 바라보는 주체성과 탈가면의 서사를 다룰 예정입니다.